정부·벤투 향해 “도와달라” 읍소한 김학범 - 국민일보

축구 남자 올림픽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이 28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감독의 입에서 연신 “많이 도와달라”는 표현이 나왔다. 평소 거침없는 말투로 유명한 그지만 이날만큼은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쉬운 상대를 만났다는 평가와 달리 오히려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이라는 호소였다. 그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부터 다른 감독, 구단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김학범 23세 이하 축구 남자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8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쿄올림픽 준비상황을 설명했다. 도쿄올림픽 첫 경기 뉴질랜드전을 85일 앞두고 열린 자리이자 지난 21일 조편성이 결정된 뒤 첫 공식 기자회견이다. 김 감독은 한 시간 동안 현재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6월 평가전 개최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림픽대표팀은 6월 22일부터 7월 11일까지 보름간 소집되는 것 외에는 올림픽까지 모일 기회가 없다. 때문에 김 감독으로서는 이 기간 평가전을 할 수 있느냐, 선수 소집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가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는 데 결정적이다.

감독은 “6월 소집 기간이 최종명단을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정부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면서 격리 지침을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읍소했다. 현재대로 출입국시 2주 의무격리 지침이 적용된다면 다른 대표팀과 평가전 성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김 감독은 평가전을 못 치를 시 와일드카드 선발까지 모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 감독은 앞서 중국과 여자축구 올림픽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당시 선수들이 특정 지역에만 머무르는 ‘코호트 격리’ 방식으로 정부가 2주 격리를 대체해준 예를 이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올림픽 (선수단) 지원을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해주신다고 했다. 그런 점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는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걸 고려하면 비공식 석상 발언 등을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읍소의 대상에는 성인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도 포함됐다. 벤투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이 소집되는 시기와 비슷한 6월 3일부터 15일까지 연달아 카타르월드컵 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만일 올림픽대표팀 핵심 전력을 벤투 감독이 뽑으려 할 경우 마찰이 생길 우려가 있다.

김 감독은 “성인대표팀의 월드컵 2차예선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올림픽 세계대회를 앞두고 있다. (벤투 감독에게) ‘통 큰 양보’를 말씀드리고 싶다. 꼭 도와주십사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올림픽대표팀은 비슷한 기간 프로축구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기간이 겹쳐 K리그 팀들과도 협의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김 감독은 올림픽 출전 최종명단 18인을 확정하기에 앞서 2주 전 백신 접종 대상자 명단 50인을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상태다. 23세 후보선수 39명과 손흥민 황의조 권창훈 등 와일드카드 후보 11명이다. 이들 중 해외파는 6월 국내에 복귀한 뒤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루마니아 온두라스 뉴질랜드와 겨루는 조편성이 쉽게 평가되는 것도 경계했다. 특히 루마니아와 온두라스는 지역예선에서 강호와 대등히 겨루거나 오히려 압도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들과 3파전을 예상하며 “결국 골득실까지 따지게 될 수 있다. 어느 팀을 잡아야 한다기보다 한 골이라도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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