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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갈증' 해소한 김시우…몸도 마음도 더 단단해졌다 - 연합뉴스

당당한 표정으로 우승 트로피를 든 김시우.
당당한 표정으로 우승 트로피를 든 김시우.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김시우(26)가 돌아왔다.

김시우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4라운드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3년 8개월 동안 이어진 우승 갈증을 해소한 쾌거다.

김시우는 2012년 17세의 나이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다.

지금은 없어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자다. '소년 등과'한 골프 신동이었다.

2016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일궈낸 김시우는 2017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그래픽]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김시우 프로필
[그래픽]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김시우 프로필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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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5년짜리 PGA투어 카드와 US오픈, 마스터스, 디오픈 등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3년간 보장하는 등 특급 대회.

세계랭킹도 28위로 껑충 뛴 김시우의 앞날은 환하게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시우에게 장밋빛 미래는 기대만큼 열리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었다. 툭하면 불거지는 등과 허리 통증은 김시우의 발목을 잡았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기권하거나, 대회에 나섰다가 통증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김시우는 2017-2018시즌에 준우승과 3위 한번 포함해 톱10에 5번 들며 페덱스 랭킹 55위에 올랐던 김시우는 2018-2019시즌에도 톱10 5번에 페덱스 랭킹 46위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뒤죽박죽된 2019-2020시즌은 톱10 한 번에 페덱스 랭킹 80위로 마쳤다.

썩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결과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었다.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조급증도 생겼다.

우승 기회가 더러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덤비다가 최종일에 역전패를 당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스윙을 손보고, 퍼터를 바꾸는 등 변화를 줬지만 지난 9월 시작한 2020-2021시즌도 답답한 상황은 여전했다.

US오픈 컷 탈락에 이어 톱10 입상은 딱 한 번이었다.

어느새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의 간판 역할은 후배 임성재(23)에게 넘어가 있었다.

작년 11월 마스터스를 마친 김시우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하려던 겨울 훈련을 접고 귀국했다.

2주 자가격리라는 부담을 자청한 김시우는 한국에서 푹 쉬었다. 마냥 쉬기만 한 건 아니지만, 필드와 연습장을 오가며 자신을 옥죄던 시간에서 잠시나마 탈출했다.

그리고 새해가 되고 출격한 첫 번째 대회에서 공동 2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그린 적중률 15위(86.7%)로 송곳 아이언샷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김시우는 "한국에서 쉰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시우는 코치 클로드 하먼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했다.

하먼 코치는 "네 샷은 좋으니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고 김시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조급해지지 말고 기회를 기다리라는 당부도 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긴장했지만, 김시우는 이 조언대로 바위처럼 버텼다.

초반에 토니 피나우(미국)와 치고받는 난타전에도 김시우는 차분했다. 먼저 앞서나간 피나우가 먼저 앞서나갔지만 기회가 오자 곧바로 따라붙었고, 전반이 끝나기 전에 추월했다.

스코어보드를 볼 때마다 세계랭킹 10위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의 버디 개수가 보태졌지만 김시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캔틀레이가 1타차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치른 막판 3개홀에서 김시우는 티샷을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에 떨궜다. 세번 모두 버디 찬스를 만들었고 꼭 필요한 홀에서 버디 2개를 낚았다.

김시우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4라운드 합계 그린 적중률 1위(81.94%)였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 김시우의 우승을 이끈 무기는 이런 송곳 아이언보다는 피나우와 난타전과 캔틀레이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은 멘털이었다.

김시우는 더 건장해진 몸에 정신력도 더 강인해져서 돌아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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